1월 30일(금)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Dominica에서 살고 있는 Haitian 동네 노방전도를 하는 날입니다. Haiti는 몇 년 전에 강도 7의 지진이 일어나서 쑥대밭이 되었던 곳입니다. Dominica와 Haiti는 같은 섬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서쪽이 Haiti이고 동쪽이 Dominica공화국입니다. Haiti는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과거 그 지역을 불란서가 지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불란서어를 쓰고 있는 곳입니다. 반면에 Dominica는 Spanish와 흑인의 혼혈들이 주로 사는 곳으로 이들은 Spanish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활수준이 Haiti에 비해 Dominica가 훨씬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Haiti사람들에게 Dominica는 꿈의 나라(?)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Haiti 국경 쪽으로 가면 갈수록 검문이 심합니다. M16을 들고 있는 군인들이 살벌하게 서있어서 선교사님에게 물어보니까, Haitian 불법 체류 자들을 색출하려고 저 난리를 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Haitian들이 차별을 받게 되고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Haitian이 살고 있는 동네에 들어서니 그들이 살고 있는 집들은 더 형편없었습니다. 사탕수수 밭에 노동자로 온 사람들인데 꼭 집들이 시멘트로 발라놓은 닭장과 같았습니다. 옛날 노예들이 삶음직한 곳이었습니다. 옛날 하와이에 왔던 우리 선조 사탕수수 노동자들도 이런 집에서 살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잠시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전도지를 나누어주고 준비해간 잡화 종류와 사탕을 나누어주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지 순식간에 바닥이 났습니다. 조금 넉넉하게 준비할 걸, 아쉬웠습니다. 사역을 마치고 Puerto Plata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빗줄기가 더 세차게 내렸습니다. 더 이상의 사역은 무리라고 판단되어서 일찍이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1월 31일(토)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아침에 조금 개인 것 같아서 길을 떠났습니다. 한 시간쯤 차를 타고 가는데 점점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쉽게 그칠 비가 아니었습니다. 빗길을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전깃줄이 차를 휘감았습니다. 우리 앞에 컨테이너 트럭이 가고 있었는데 비가 많이 내려서 전봇대가 조금 기울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만 컨테이너가 전봇대와 부딪치면서 부러졌고 전봇대가 컨테이너 상단을 치고 우리 차 앞으로 굴러 떨어진 것입니다. 하마터면 우리 봉고차를 덮칠 뻔하였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었을까? 순교는 이렇게도 하게 되는 모양이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전봇대는 빗겨 나갔고 전깃줄만 봉고차 위에 떨어졌습니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일찌감치 선교관으로 돌아가는 편이 낫겠다, 결정하고 돌아왔습니다. 밤새도록 굵은 빗줄기가 지붕을 때렸습니다.

2월 1일(주일) 오늘은 Haitian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같이 드리는 날입니다. 다행히 비가 개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오전 10시 반쯤 도착하니 벌써 열광적인 노래와 박수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리 교회 본당의 약 1/4정도 되는 장소에 사람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여성들은 드레스를 입었고 남성들은 나름 제일 깨끗한 옷을 입고 나와서 박수치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 찬양했습니다. 337장 (인애하신 구세주여)를 부르는데 한 곡을 30분 정도 반복해서 불렀습니다. 음도 잘 맞지 않는 전기기타, 수십 년은 됨직한 Synthesizer, 이상한 타악기, 직직거리는 소음이 나는 마이크와 스피커, 거기다가 한껏 옥타브를 높인 목소리, 정말 소음의 종합세트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저러다가 오정로 장로님과 오유근 집사님께서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까, 최준 집사님이 쓰러질 뻔 했다고 말하면서 웃었습니다. 우리의 느낌은 아랑곳없이 이 사람들은 스스로 도취해서 몸을 흔들면서 찬양을 하는데 하나님께서는 이들의 예배를 흡족하게 받으실 것 같았습니다. 설교시간이 되었습니다. 흑인 목사님이 나와서 설교는 하는데 정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설교를 하는데 30분 정도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우리는 귀청이 떨어져 나가는데 이 사람들은 중간 중간 아멘, 할렐루야로 화답하였습니다. 저는 주일날 예배를 드리고 나서 집에 가면 피곤해서 나가떨어지는데, 저렇게 설교를 했다가는 3분도 못해서 기절할 것 같았습니다. 새롭고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단기선교의 백미였습니다. 벌써 돌아갈 날이 다 되었습니다. 선교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2015년 2월 1일 담임목사 유 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