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시카고를 떠나 Miami를 거쳐서 순조롭게 도미니카 공화국 제 2의 도시인 Santiago공항에 도착하니 습하고 무더운 공기가 온 몸에 훅 덮쳤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모직 남방에 겨울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두꺼운 옷을 다 벗어버려야 했습니다. 이광호 선교사님이 30-40년은 됨직한 현대 미니밴을 가지고 나와서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가지고 간 짐들을 미니밴에 때려 싣고 모두 올라타니 노후한 밴은 주저앉을 것 같았습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시동이 걸린 밴은 덜덜거리며 피곤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도 비교적 도로가 잘 정리되어 있었고 차도 그리 많지 않아서 교통체증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조사해보니 일인당 국민소득이 $6,700.- 정도 된다고 하니, 극빈국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열대지방이기 때문에 삼모작이 가능하고 과일도 많아서 식생활은 해결된 곳이었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보니 판자로 지은 헛간과 같은 곳들이 많이 보이는데 사람이 사는 집인지 창고인지 구분이 되질 않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약 2시간 정도를 가니 아스팔트길이 끝나고 비포장 자갈길이 나오는데 그 때부터 밴은 시속 5km(사람이 걷는 속도)정도로 움직였습니다. 더 이상 빠르게 갈 수가 없었습니다. 차 바닥에 자갈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는데 그렇지 않아도 시원치 않는 차가 종말을 맞이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용케도 차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결국 목적지(Mozovi)에 도착하였습니다.

Guest House는 깨끗하고 쾌적하였습니다. 선교사님이 심혈을 기울여서 꼼꼼하고 솜씨 좋게 지었고 정원도 잘 가꾸어져 있는 것이 선교사님의 안목과 재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 공과대학을 졸업하시고 여러 방면에 Talent가 있으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재능이 그 이상이었습니다. 짐을 풀고 저녁을 함께 하고나니 피로가 몰려와 몸이 물먹은 솜같이 되었습니다. 모든 팀원이 일찍 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선교지에서의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1월 27일(화) 아침 6시에 새벽기도를 함으로써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현지인 목사님과 이 동네를 심방하면서 복음을 제시하고 기도하는 사역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산 밑에서 중턱까지 판잣집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데 목사님과 함께 판잣집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얼기설기 엮어 놓은 낡은 판자는 바람이 불면 다 날라 갈 것 같았고 바닥은 흙 그대로였습니다. 약간의 그릇과 다 낡은 식탁과 짝이 맞지도 않는 몇 개의 의자, 그리고 때가 잔뜩 묻어 있는 침대가 그들의 살림 전부였습니다. 그 안에서 기도를 하는데 숨이 막힐 것 같았습니다. 특히 산 중턱에 있는 마지막 집은 눈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여성과 어린 아이 둘이 있는데 집은 금방 쓰러질 것 같았고 가재도구는 거의 없었고 엄마와 아이들도 지친 듯 피곤한 눈망울로 우리를 바라보았습니다. 하도 딱해서 남편은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니 현지 목사님이 남편이 하도 술을 많이 먹고 폭력을 행사해서 이혼을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국민소득이 6천불이 넘는데 왜 이렇게 못사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선교사님이 빈부의 차이가 크고 그 중에서도 이 동네가 못사는 동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무거운 마음을 갖고 숙소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하고 나니 여독이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다들 힘들어 했습니다. 그래서 오후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쉬는데 마침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이 우기라고 합니다. 하나님께서도 쉬라고 비를 내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선교지에서 이틀째 밤을 맞았습니다.